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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2 미디어 권력과 블로그(소셜미디어)
By 화니

요즘 블로고스피어는 '블로그' 때문에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하루이틀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블로그의 상업화/권력화 논쟁과 더불어 도덕성 논란까지 거론되는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 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길래 이토록 시끄러운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것일까요? 


저는 2007년 초, 우연한 기회에 블로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한 블로깅은 저에게 있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블로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책도 읽어보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블로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됐습니다.

지금보면 부끄러운 부분들이 많지만, 그 당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글을 몇 번 썼던적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의 진정한 힘
블로그의 매력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특성비교 (블로그편)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특성비교 (미니홈피편)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있는 '블로그'에 대한 논란들은 제가 예전 썼던 내용만을 가지고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더군요. 게다가 욱순이님께서 작성하신 미디어의 본질은 '권력'이다- 태터앤미디어를 읽고 여러모로 느껴지는게 많아 다시 꺼내든 책이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입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을 했었고 이미 두어번 읽었었지만,  이번에 새로 읽어보니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 이후의 내용에 나오는 블로그와 블로고스피어는 소셜미디어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로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기술적 관점을 떠나, 블로그를 포함한 다양한 뉴 미디어가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계기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 산업의 양극화는 소수 생산자와 다수 소비자라는 산업적 구조를 완성시켰다. 결국 메시지를 생산하는 수단을 독점하는 소수 엘리트 계층이 주류 문화를 형성해가면서 사회의 각 계층간 정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언론은 원래부터 수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메신저, 또는 대행업자였다는 점을 언론 스스로는 물론 독자인 우리도 잊고 있다. 기성 매체들이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의 시각으로 일방통행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새삼스레 논란도, 문제도 많은 미디어법 개정이 떠올랐습니다. 여전히 정보의 주도권을 거머쥐고 놓지 않으려는 정부와 여당... 즉, 요즘 정치권에서 시끄러운 이유는 기득권 세력들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막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는 법입니다. 

저자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산업화 사회를 대변했던 매스미디어는 이제 늙어가고 있다. 대중 사회에 대한 몰가치성을 대변했던 매스미디어는 다양화 객체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이제 대변해줄 수 없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른바 마이크로미디어(Micro-media)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함께 같은 내용을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아도 되고 획일화된 사회에 정면이 아닌 측면의 게릴라성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미디어 시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여기서 말하는 마이크로미디어는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말 할수 있는 매체로서 블로그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매우 좁다고 얘기들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리그의 관점일뿐, 이미 공식적으로 블로그 개설수가 1,000만을 넘긴 현실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블로그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진 시점에서 블로고스피어는 엄청난 잠재적인 가능성과 폭발력이 숨겨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제를 조금 달리해 보겠습니다. 책의 제목에서 언급되는 '미디어 2.0'이란 개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는 지금껏 '미디어 2.0은 민주주의와 권력분산이다.'라고 말해왔다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오죠. 


"
마이크로미디어란 단순히 소재의 차별화나 개인 맞춤형 소비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것 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콘텐츠의 가치 차별성이 드디어 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라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은 기존의 권위가 무시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신진세력의 유입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이나 관행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함께 웹 2.0 이라는 개념의 대두는 1인 미디어라고 불리우는 '블로그라는 틀'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틀안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들어가면서 가치있는 '정보'가 만들어지고, 그러한 정보들은 여러가지의 방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죠. 또, 그러한 정보의 유통은 다양한 개인들의 커뮤니케이션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보이던 그 시작은 서서히 기존 언론매체들과 기득권 세력들이 가지고 있던 정보에 대한 주도권이 일반 시민들에게 넘어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던 통제력마저 상실한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누구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며, 따라서 정보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생긴 권력은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된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합리적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게되어 민주주의를 보다 발전 시킬 수 있게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의미를 갖고있긴 하지만, 우려되는 부작용 역시 있습니다. 그 부작용에 대해 설명드리죠.

오늘날 누구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만, 개개인의 능력 혹은 노력 여하에 따라 생산되는 컨텐츠의 퀄리티는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럽게 높은 퀄리티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쪽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주목을 받는 사람들을 일컬어 흔히 "파워블로그 / 파워블로거"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주목'이라는 단어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책에 나와있는 내용 중 일부분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널리스트, 즉 기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 가운데 하나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자격이다. 언론사들은 수십년 동안 자기들만의 직업적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또한 권력은 언론인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을 택해 권언유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이러한 침묵의 카르텔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꿔 말하자면, 어느 순간 '주목' 자체가 위에서 얘기하는 '일정한 수준의 지위'로 돌변하면서 '잠재적 권력'이 될수도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민주주의와 권력분산을 얘기하면서 한편으론 '권력'이 될 수 있다니...

만약, 기존의 미디어가 대중적인 영향력을 잃는다 하면(물론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들은 그 대체재 혹은 보완재로서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그 / 파워블로거'에게 접근하여 물질적 풍요를 보장하며 자신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라는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제안을 받은 블로거들이 그것을 수락하게되면 그 순간부터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되어 앞서 말했던 '잠재적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여기서는 기득권 세력의 예를 들었지만, 주체가 누구든지 포인트는 '정보 왜곡'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책에서 역시 그러한 우려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 1.0 세력은 앞으로 기존의 절대 권력을 그대로 향유하지는 못할것이며, 미디어 2.0 시대에 살아남는 미디어는 적어도 미디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란 점은 명확해졌다. 또한 미디어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이들 소수는 결국 스스로 부여 받은 것이 아닌 시민 사회와 소비 주체들로부터의 동의와 지지에 의해 부여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디어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게끔 교묘하게 정보왜곡을 할 경우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결국 메타블로그와 다음의 블로그뉴스, 더불어 국내 유일의 블로그 네트워크 조직을 운영하는 태터앤미디어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죠. 

다시 말하자면, 블로그 컨텐츠가 모이는곳과 그 컨텐츠를 작성하는 블로거들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곳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정보 왜곡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결국 그러한 논란들은 '잠재적 권력'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와 그것은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서로 대척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논란 자체는 분명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란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닌 보다 나은 블로고스피어의 발전을 위한 애정어린 비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며, 일순간의 의혹에 의해 특정 기업 혹은 블로거분들을 오해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그러한 논란들을 계기로 다양한 의견들을 받아들여지면서 논의가 이뤄지고, 그 결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일종의 규범 or 규칙이 만들어지는게 최선일 것입니다. (꼭, 블로그 마케팅의 윤리 가이드라인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여러 기업들과 블로거들 역시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블로그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혹여나 실수로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올라간다거나, 의도적인 정보왜곡이 있을 경우... 해당 블로그를 포함한 관련 기업들 역시도 도덕적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껏 쌓아온 '신뢰'라는 소중한 재산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만약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들과 블로그 뿐만이 아니라 '블로그'라는 매체 자체의 '신뢰'는 사라져버리고, '불신'만이 팽배해질 수 있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를 소개하며, 두서없이 떠들어댄 긴 글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미디어 2.0 논의에 있어서 핵심은 민주주의로의 회귀이며 이는 다시 소수 지배 고착화가 아닌 다수 지배에 대한 새로운 대안 논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2.0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들은 미디어 규모에 의한 획일화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반대로 미디어 2.0은 허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자본이 미디어 권력으로 발전하고 언론의 사업주의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단순히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


필자 블로그 :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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