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폰은 참 불편한 스마트폰입니다. 영상 통화도 안되고, DMB도 안되고, 베터리 교환도 안되고, AS정책도 이상하고... 안되는 것 투성이죠. 아이튠즈 사용법은 더욱 난해합니다. 다른 컴퓨터에서 동기화 시켰다가 다 날아가는 경우도 생기죠.
그런데 아이폰의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핸드폰이 한주가 멀다하고 나오고, 금새 단품이 되어 부속품 조차 찾을 수 없는 골동품이 되어버리는 핸드폰 홍수 속에서 아이폰은 단 하나의 모델로 한국의 핸드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 기업들을 벌벌 떨게 만들고 있죠. (안 떠는 척 하지만, 날카로운 반응은 떨고 있다는 증거이죠)
아이폰은 불완전하다.
아이폰 열풍이 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이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베터리 교환이 안되니 보조베터리를 만드는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 회사들은 아이폰 판매를 부추기죠. 이렇게 예쁘고 좋은 보조베터리가 있다며 아이폰을 대신 홍보해줍니다.
아이폰에는 유난히 악세사리가 많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악세사리 시장이 매우 커졌죠. 하지만 아이폰은 직접 아이폰 악세사리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건 다른 업체들의 몫인 것이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케이스 하나 못 만들어내겠습니까? 더 예쁘고 좋게 만들 수 있을테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아이폰에는 핸드폰 고리를 낄 수 있는 구멍이 없죠. 그래서 케이스를 만드는 업체는 대신 구멍을 만들어줍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악세사리 업체들의 몫이고, 새로운 시장인 것이죠. 소비자의 니즈가 있는 곳에는 작은 악세사리 업체들의 시장이 형성되고 즉각적으로 대응함으로 경쟁이 되어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의 니즈를 채워주게 됩니다. 아이폰 유저들은 더욱 만족감이 높아지게 되고, 열혈 매니아가 되어 아이폰 충성고객이자 홍보대사가 되는 것이죠. 바이럴은 돈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됩니다.
자신감에 찬 기업 vs 핵심역량에 집중한 기업
반면 전지전능의 삼성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물론 삼성은 인재도 많고, 자금도 풍부하기에 모든 것을 삼성 스스로 다 만들 수 있습니다. LG도 마찬가지 생각이겠죠. 재미있게도 그런 생각이 아이폰을 절대로 따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시장을 형성해주고 같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블랙홀로 인식되어 있는 삼성은 엄청난 시장을 독식하려 하죠.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아귀처럼 말이죠.
아이폰 열풍은 이런 자만심을 깨닫게 해 줄 것이며, 국내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서드파티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죠.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는 완벽한 무언가를 꿈꿉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리스크를 0로 만드는 일은 이익도 0이니 말이죠. 하지만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면 내게 해당된 리스크는 줄이면서 이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수익을 쉐어하는 것이고,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수익을 쉐어한다는 것이 수익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형성되면 전체 파이는 커지게 되고, 커진 파이를 쉐어하기 때문에 수익은 늘어나죠. 즉, 상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벽하기보단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쉐어하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국내 핸드폰은 팔아도 수익이 매우 저조하다고 합니다.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리는데도 말이죠. 아이폰이 수익이 높은 이유는 파이를 키워놓고 쉐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연의 생태계와도 비슷하죠. 큰 물소를 잡으면 사자부터 먹고, 하이에나가 와서 먹고, 독수리가 와서 먹고, 까마귀가 와서 먹고, 개미가 와서 먹는 생태계 말이죠. 만약 사자가 물소를 혼자 다 먹어버리던가 창고로 가지고 가서 꼭꼭 숨겨놓고 배고플 때마다 먹는다면 생태계는 파괴되고 결국 다 죽게 되 버리듯 말입니다.
아메바 기업
아이폰의 또 다른 수익은 바로 애플리케이션일 것입니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다운로드 상위권에 들면 수익에 수십억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앱스토어에는 수많은 앱들이 있고, 그 앱들은 아이폰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줍니다. 시시껄렁한 앱들이라도 수요는 있기 마련이고, 모든 타켓층을 잡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있죠.
그 앱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아메바처럼 잘라지기도 하고, 뭉치기도 하며 앱의 규모에 따라 자유롭게 모였다 흩어지고 때로는 혼자서 만듭니다. 서울버스는 고등학생이 만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니 앱은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열린 오픈마켓인 셈이죠. 이런 자유로운 구조가 앱의 활성화를 이루어주었고, 소비자이자 개발자인 프로슈머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또 다시 혼자서 다 하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다가 앱을 개발시키는 것이죠. 아무리 날고 기는 인재라도 롱테일의 법칙에는 이길 수 없습니다. 밤낮을 고생해서 하나 만들어낼 때 앱스토어에는 수십만개가 나왔을테니 말이죠.
앞으로의 비지니스
사업을 시작하려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분들은 아이폰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계를 유지해주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시켜주며 서로 성장해가는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고객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채워줄 수 있게 되죠. 만족한 고객은 바이럴을 시키고, 딱히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런 바이럴이 진행이 되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